우리의 민족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리징과 그 유산
리징은 조선봉건왕조시기의 대표적인 금니화화가이다.
리징은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였는데 그에 대하여 말해주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오고있다.
한번은 다락에 올라가 그림공부를 하느라고 밥먹는것도 잊고있었는데 집에서는 그를 찾느라고 사방으로 다니던 끝에 3일만에야 겨우 찾아냈다. 이때문에 크게 노한 아버지가 리징을 불러놓고 종아리를 치며 꾸짖었는데 그는 눈물로 새를 그려 좌중을 놀라게 하였다는것이다.
정력적으로 그림공부를 하여 이름있는 화가로 자라난 리징은 청록산수, 금벽산수 등 이채를 띠는 작품들을 창작하였는데 그중에서도 금니화를 특별히 잘 그려 널리 알려졌다.
그는 전통적인 금니화형식의 조선화를 계승발전시켰으며 특히 금니로는 불화나 풍경만을 그리던 종래의 틀을 깨고 꽃과 짐승도 잘 형상함으로써 당시 우리 화단의 회화적양상을 풍부히 하는데 기여하였다.
대표적인 금니화작품들로는 《독수리》, 《산수도》, 《사슴》, 《거북》 등이 있다.
《산수도》는 리징의 그림재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금니화작품의 하나이다.
높고낮은 산봉우리들이 구름바다우로 우뚝 치솟았으며 푸른 나무 우거진 바위산골짜기로는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있다. 한 사람은 구름에 휘감긴 산의 황홀경에 취하였는지, 구슬굴러가는듯한 물소리에 넋을 잃었는지 몸이 바위에 붙은채 점도록 일어설 생각을 못하고있다. 그 모습에 등뒤에 다가선 사람들도 명상을 깨뜨릴가 저어하며 어쩌지 못하고 서있다.
자연과 인물이 어울려 정서적인 화폭을 이루었는데 구도가 째였으며 필치가 매우 정교하다. 검은색바탕에 금니로 옅거나 짙게 그리여낸 독특한 색채효과는 신비로운 느낌마저 안겨준다.
이처럼 리징은 당대의 사회현실을 반영한 작품들을 많이 그리지는 못하였으나 우수한 금벽산수화들과 금니화들을 창작함으로써 당대의 회화발전에 이바지한 우리 민족의 우수한 화가이다.